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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1년... Ⅱ 0 L
  Dec.18.2018 - 19: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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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3.04.~2017.12.18.)

2003년 3월 4일, 소리의 둘째로 태어나
첫만남부터 골격이나 외모에서 남다른 잘생김을 뽐냈던 너...
다른 형제들과 다른 갈색 눈이 보석같이 아름다웠던 너...
정 많고 사람을 좋아해서, 꼬리를 잡아당기고 눈을 찌르려던 아기에게조차
친절하고 순하기만 했던 착한 너...

누나인 빈이에겐 무엇이든 양보해줬던 젠틀맨...
하지만 매번  먼저 시비를 거는 마루에겐 가차없던 상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는 곳과 이상한 소리에 예민했던 겁보...

(지난 번 살던 집에선 네가 우리없을 때 작두라도 타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단다.
평소엔 착하기만 한 네가 우리 없을 때마다 종이란 종이는 다 찢어발겨놓고...
심지어 책상 위 물건들까지 떨어뜨려 난장판을 만들어놓은 걸 보고...
엄마도 그날 너흴 가둬뒀던 그 방에 들어가면 음산한 기분이 든다고 하셨기에
그 때부터 우린 네 눈엔 다른 무언가 보이는구나 싶었어...)
평소엔 그렇게 허구한 날 싸워대던 마루가 죽은 다음 날...
이불 위에 눕혀둔 마루의 시신이 이상했는지,
평소와는 달리 바짝 다가가 옆에 누워 체온을 나눴던 넌
그 후에도 몇 날 며칠을 마루를 찾아 온 집을 돌아다니곤 하더니,
두 달만에 그렇게 따라가 버리니...


수야...
널 생각하면, 왜 난 자꾸 마음부터 아플까...
양보하는데 익숙한 널
다른 애들보다 마음껏 사랑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일까...

건강했던 널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보냈던 날...
만일 엄마와 너희를 두고 나 혼자 고양이밥을 주러 갔었다면...
아니, 이사 후 엄마가 출처를 알 수 없는 그릇들을 가져오셨을 때
찜찜하니 쓰지말고 버리자고 했었다면...
그랬다면 지금 넌 빈이와 함께 내 곁에 있었을까...
그 모든 것이 자꾸만 후회되서...
그래서 자꾸만 마음이 아파...

네 죽음이 아픈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당시 이상하게 몸이 자꾸 아프셨던 엄마 대신
착한 네가 그렇게 가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 후 엄마는 차츰 건강을 찾으셨고,
사고 때 함께 있던 빈이는
그 날 이후 검은 그림자 같은 것만 봐도 으르렁거려...
생각해보면 너와 마루의 일이 있기 전에도
수많은 이상한 일들이 있었기에
더더욱 이 생각에 확신이 드는게 아닌가 싶어...)


난 아직도, 그날
고양이 밥주러 혼자 올라간 밥자리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비명소리가 생각나곤 해...
자꾸만 몰려오는 불안감에
너희와 엄마가 있던 곳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는데...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겨야 했을까...
도대체 왜...
자꾸만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지만,

이 많은 슬픔과 아픔 속에서도
너희가 없는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내게 유일하게 힘이 되는 한 가지 사실은,
언젠가는 우리가 꼭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거...

그러니까...
수야, 그 날까지 하늘나라에서 마루랑 같이
행복하게 잘 놀고 있어...

사랑한다,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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